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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한 상자

[daum펌]불효자 유학생 이야기

가끔 사람들은 자기가 살아왔던 지난날들을 돌아보곤 한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리고 무엇을 위해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살아왔던 지난날들이 정말 한순간 꿈처럼 짧게만 느껴진다..

 

항상 반에서는 꼴지를 면하지 못했었던 학창시절.. 학교에선 항상 문제아로 선생님들께 알려졌었다. 고등학교 졸업후 간신히 들어간 야간대학도 한학기를 제대로 마치지 못하고 쫒겨났으며, 그렇게 이리저리 세상을 떠돌며 청춘을 보냈었다. 군대도 가지못하고, 가까스로 들어갔던 방위산업체에선 3년동안 주야간을 바꿔가며3D 업종 같은 공장에서 철사줄 꼬으는 기계를 다루며 밑바닥 인생도 경험했다.

 

그런 별볼일 없던 내가 무슨 행운이 있었는지..  공장생활이 끝나던 2003년도에 큰마음을 먹고 미국으로 유학을 오게 되었다.

 

하나도 몰랐던 영어를 극복하고 살려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몇년 동안 공부에만 매달린 결과, 전공도 생기고 생전 처음 꿈도 생겼다.. 장학금도 받으면서 학교 생활을 적응해 나갔고, 좋은 친구들도 많이 만나고, 상위 7.5% 대학생들이 받는 명예 그룹에도 들어가는 기쁨도 만끽했다그렇게 인생의 재미난 맛을 조금이나마 느끼면서 5년이란 유학생활을 미국에서 보냈다.

 

졸업식때는 명예 졸업, 수석 졸업을 목표로 상을 받을려고 정말 죽기 아니면 살기로 5년이 넘도록 성적관리를 철처히 했다. 친구들은 나보고 그렇게 공부를 많이 하냐고 물었지만, 그때마다 그냥 웃을 뿐이었다.

 

어쩌면 내가 그렇게 열심히 공부한 이유가 가족들에 대한 부끄러움과 미안함 때문이었던거 같다. 항상 집에서 문제만 일으키고 효도한번 제대로 하지못한 못난 아들이었기에, 한번만이라도 부보님께 정정 당당히 어디선가 남들에게 인정받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거 같다.

 

머나먼 미국에서 졸업식때는 가족들이 모두 지켜보는 자리에서, 그리고 수많은 학생들과 여러 부모님들이 지켜보는 그자리에서 정정 당당히 명예졸업과 최우수 졸업상을 받는 상상을 해가며 힘든 공부도 웃으면서 하곤했다.

 

물론 명예 졸업을 하기위해선 성적도 중요했지만, 특별히 논문을 하나 따로 써야했다. 그렇게 교수한분과 함께 4개월을 준비한 논문 제출일을1주일 남기고 세상에서 결코 잊을수 없는 소식을 들었다.

 

한국에서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는 참으로 믿을수 없는 소식이었다.

 

수업을 모두 중단하고 곧바로 한국으로 들어갔고 장례식 바로 전날 한국에 도착했다.

 

2주일동안 한국에 머물면서, 내가 무엇을 느꼈고 무엇을 생각했는지는 여기에 적을 필요가 없을것 같다. 그걸 이해할 있는사람은 아마 이세상에 아무도 없을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옆에 있어준 가족, 친척, 그리고 친구들.. 그들의 의미가 나에게 얼마나 큰지.. 내가 과연 어떤 말로 표현할수가 있을까그냥 다시한번 고맙다는 말을 진심으로 하고 싶다.

 

내가 지금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수십년을 살아오면서 했던 어리석었던 생각들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많이 벌고 그렇게 내가 잘되면 그때 부모님께 효도해야지 하며 살아온 어떻게 보면 한심한 인간이다. 부모님 생일땐 선물하나 번번히 챙겨준적이 없고, 아버님께는 용돈한번 챙겨준 적이 없다. 사랑한다는 한번, 낳아주고 길러주어서 감사하다는 한번 한적이 없는 못난 아들이었다.

 

그런데 더더욱 마음을 아프게 하는것은 내가 2주동안 한국에 있으면서 만났던 친구의 질문에 대한 나의 어리석었던 대답이다.

 

친구는 나에게 물었다. “만약에 니가 다시 태어난다면 똑같은 환경에서 똑같은 부모님 밑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니?”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고, 친구는 다시한번 알아듣기 싶게 말해주었다. “ 너희 부모님께 만족하니? 만약에 다시 태어난다면 똑같은 어머니 똑같은 아버지 밑에서 살고 싶니? 아님 좋은 환경에서 자라고 싶니?”

 

순간 당연히 좋은 환경에서 태어난다면, 그게 좋은게 아닐까 생각을 했고, 그래서 대답을 아니,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고 싶다 말했다.

 

이후로 몇일을 생각을 했다. 그리고 미국으로 돌아와서도 계속해서 친구의 질문과 나의 대답에 대해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다.

 

지금 너무나 자신이 바보스럽고 한심스럽다. 내가 도대체 얼마나 불효자인지 차마 자신을 용서할수가 없다.

 

살아오면서 두번 내게 눈물을 보이신 아버지셨다.

 

고등학교 1학년때, 자퇴를 생각하고 있을때 , 아버지께서 늦은밤 방으로 들어오셨다. 그리고는 구겨진 만원짜리를 몇장 내손에 쥐어주면서 제발 고등학교는 졸업해 달라고 말씀하시며 그렇게 손을 꼬옥 잡고 한참동안 눈물을 삼키셨다.  그리고, 5년전 내가 처음 미국을 오기 몇일전 아버지께서 그냥 열심히 공부하고 돌아오라는 짧은 몇마디를 차마 끝마치지 못하시고 한번 앞에서 조용히 눈물을 흘리셨다.

 

고등학교때 처음 아버지의 눈물에 너무나 당황스러워서 얼떨결에 고등학교 졸업을 약속하였고, 비록 전교 꼴지 수준이었으나 학교 졸업장을 딴것 만으로도 아버지는 나에게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5년전 아버지의 눈물을 다시 보았을때는, 미국에서 절대 실패하고 돌아오지 않을꺼라는 혼자만의 굳은 각오를 가슴속으로 하게 되었다.

 

지금 과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꿈을 꾸며 살아가고 있다. 비록 고등학교는 간신히 졸업한 나였지만, 그리고 한국에서 야간 대학교도 쫒겨난 나였지만, 이번 5월달에 수석 학생으로 대학을 졸업한다.  물론 대학원도 갈것이고 박사학위도 취득할것이다. 그렇게 하기 싫어했던 공부였지만, 이젠 나를 위해 내가 길을 걸을것이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앞에 펼쳐지더라도 아버지의 눈물을 생각하면서 이를 악물고 노력하면서 살아갈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글을 쓰고 있는 아버지의 눈물이 한없이 그립고…… 그립다..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효도는 나중에 하는게 아닌것 같다고 진심으로 얘기해 주고 싶다. 지금 당장 부모님께 고맙다고, 그리고 여기까지 오게 한것에 대해 감사한다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말하는것이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효도인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나처럼 어리석은 실수를하고 후회하지 말았음한다. 늦기전에 그리고 지금 기회가 있을때, 가슴속 깊이 한번 부모님의 사랑을 느껴 보길 바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누군가가 나에게 다시 한번 똑같은 질문을 해온다면..

나의 대답은 분명히 다를것이다.

 

내가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만약 내게 그런 기회가 한번이라도 주어진다면 똑같은 어머니 그리고 똑같은 아버지 밑에서 태어나고 싶고, 자라고 싶다고 말할것 이다. 다만, 내가 조금더 성숙하고.. 내가 조금더 믿음직스러운 아들이 되어서, 다시는 우리 부모님 눈에 나로인한 눈물을 흘리게 만들고 싶지 않다.

 

이런 한심한 아들을..그리고 이런 바보 같은 자식을한번도 나무라지 않으시고 불평 한번 하시지 않으시고..

항상 믿어주시고 사랑만 해주신 어버지께 자식된 도리로써 용서할수 없을만큼 죄송스럽다. 너무나 불효자였던 자신이 지금 죽을만큼 원망스럽다.

 

하지만 이런 어리석은 아들을 위해 흘리셨던 아버지의 눈물이 조금이라도 빛바라지 않게, 가슴속 깊은곳에 항상 눈물을 간직하고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하늘에서 아버지가 지켜보며 항상 웃으실수 있도록, 남은 인생을 열심히 값어치 있게 살아갈것이다.

 

사실, 미국으로 돌아와서 몇일이 지나지 않아 혼자서 늦은밤에 이글을 썼다. 그리고 이글을 여기에 올릴까 말까 사실 많이 망설였었다. 하지만 뒤늦게 깨달은 바보스러운 사람의 글을 읽고, 몇사람이라도 가슴속에 뭔가를 조금이나마 느끼기를 간절히 바래보며 이글을 올린다.

 

아버지의 49재가 끝나는 오늘,  2008 4 21..

뒷뜰에 목련나무를 심었다. 살아 계실적 유난히 꽃과 나무에 관심이 많으셨던 아버지..

이제 목련나무를 바라보며 매일 매일 아버지를 생각할것이다. 항상 나에 가까운 곳에서 지켜볼 것이라고그렇게 생각하면서 남은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지금 마음이 많이 혼란스럽지만

열심히 살아가겠다는..

약속만 아버지께 하고 싶다..

 

아버지..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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